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겨울 ,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 애벌레, 번데기, 겨울잠

by 찐찐마 2023. 3. 14.

곤충의 알집

갈색으로 변한 잎사귀들이 떨어져 바닥에 쌓이고 날씨는 추워진다. 한바탕 첫눈이라도 내리면 비로소 겨울이 우리 곁에 바짝 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여름내 그 많던 곤충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겨울은 곤충들에게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곤충들은 애벌레, 번데기, 혹은 겨울잠을 자면서 겨울을 난다.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

가을이 되면 날씨가 쌀쌀해진다. 그렇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계절이 바뀌는 것에 적응해 온 곤충들은 결코 서두르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곤충의 몸은 이런 변화를 서서히 받아들이면서 다음에 오는 겨울을 대비하도록 되어 있다. 많은 곤충들은 한해살이로 겨울이 오기 전에 죽는다. 메뚜기, 사마귀, 잠자리 같은 곤충들은 결국 추위에 이기지 못하고 조용히 숨을 거둔다. 쓰러져가는 풀밭 틈을 자세히 살펴보면 서리를 맞아 얼어 죽은 곤충들이 자주 보인다. 그리고 차가운 연못 위에도 수명을 다하고 빠져 죽은 곤충들이 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서글픈 생각도 들지만, 이미 내년에 태어날 알을 다 낳았기 때문에 많이 슬퍼한 필요는 없다. 사마귀의 알은 바위 밑이나 나뭇가지 아래에 단단히 붙어 있다. 200개나 되는 알이 하나의 알집을 이루고 있는데, 겉은 스티로폼 같은 거품질의 성분이 단단하게 굳어 추위를 막아준다. 공기가 푹신하게 들어 있는 내복이나 이불을 덮으면 춥지 않은 것처럼, 알은 어미 사마귀의 노력으로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다. 그리고 바위 담벼락이나 나무둥치를 쳐다보면 볼록하게 튀어나온 털투성이 같은 것이 붙어 있는 때가 있다. 이것은 매미나방의 알집인데, 역시 그 속에 수백 개의 알이 잔뜩 들어 있다. 추위를 막아 주는 털은 어미 나방이 알을 낳을 때 자기 배에 덮여 있던 털을 떼어 붙인 것이다. 이런 알집을 보고 있으면 자식을 위하는 어미의 정성이 느껴져 왠지 더 따스해 보인다.

애벌레 

어떤 곤충들은 가을이 될 때 이미 알에서 깨어 애벌레 상태로 겨울을 나기도 한다. 땅속의 나무뿌리에는 매미 애벌레인 굼벵이가 조용히 숨어서 겨울을 지낸다. 연못 속에는 잠자리나 하루살이 등의 애벌레가 추위를 견디며 살고 있다. 땅속이나 물속은 그냥 바깥보다는 훨씬 추위가 덜하기 때문이다. 또 이맘때 숲 속의 낙엽 쌓인 곳을 헤쳐 보면 매우 징그럽게 생긴 털이 북슬북슬한 벌레 무리를 발견할 때가 있다. 이것은 낙엽이나 식물 뿌리를 갉아먹는 털파리의 애벌레들이다. 이 애벌레들은 늦가을부터 초봄 사이에 떼로 잘 모여 있다. 이들은 겨울을 애벌레 상태로 뭉쳐서 나고 다음 해 봄에 숲 속에 많이 날아다니는 까만색의 털파리가 된다. 이런 낙엽층은 겨울에 보온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곤충 말고도 지네나 노래기 쥐며느리 같은 별레들이 숨어서 지내기 좋은 장소이다. 또 죽어서 쓰러진 나무도 겨울에 곤충들이 많이 숨어 지내는 장소이다. 두꺼운 나무껍질과 톱밥 성분은 추위를 막아 주는 훌륭한 방한재 역할을 해 준다. 그래서 그 속을 쪼개 보면 추운 겨울에도 사슴벌레와 하늘소, 거저리 같은 곤충의 애벌레가 많이 나온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애벌레들은 봄이 다가올 때쯤 그 속에서 번데기로 변해있기도 한다. 주머니나방의 애벌레인 도롱이벌레가 나무껍질이나 나뭇잎을 엮어 만든 도롱이도 겨울에 유난히 눈에 잘 띈다. 이것은 애벌레가 안전하게 숨어서 지내는 집이면서 나중에 번데기가 될 때 고치로도 이용되는 중요한 재산이다. 그래서 도롱이벌레는 겨울이 오기 전에 도롱이를 더 튼튼하게 수리해 두며, 그 안은 눈이나 비가 와도 습기가 스며들지 않도록 명주실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번데기

겨울을 번데기로 나는 곤충도 있다. 호랑나비, 제비나비, 배추흰나비 등은 애벌레가 먹던 식물 근처에서 번데기로 변한다. 그런데 이때는 천적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나뭇가지나 담벼락과 똑같은 보호색을 띠고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나뭇가지 틈에 붙어 있는 독특한 무늬의 둥근 알 모양은 눈에 잘 띄긴 하지만 그 안에 곤충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것은 바로 노랑쐐기나방의 고치인데, 매우 단단하여 식물의 일부분처럼 느껴진다. 그 안에서 쐐기나방의 애벌레가 겨울을 지내고 있다. 이처럼 주로 나비와 나방 무리에 속하는 곤충들이 번데기로 겨울을 지낸다.

겨울잠 

어른벌레로 겨울나기를 하는 곤충은 적당히 숨을 만한 곳을 찾아 조용히 겨울잠 상태에 들어간다. 무당벌레가 대표적인데 이들은 가을이 되면 여름에 먹이를 찾던 장소에서 겨울잠을 잘 수 있는 은신처로 모여든다. 쌓인 나뭇잎 속이나 돌틈, 나무 구멍 속에서 먹지도 않고, 번식도 하지 않으며 잠을 잔다. 서로 다른 무늬의 크고 작은 무당벌레들은 수십 마리가 집단으로 모여 겨울을 난다. 물론 무당벌레들은 그전에 미리 충분한 양의 에너지를 저장해 둔다. 몸속에 에너지로 쌓은 당분이 많아지면 물의 어는점이 내려가 추위에도 잘 견딜 수가 있다. 곤충을 비롯한 많은 생물의 몸은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순수한 물은 섭씨 0도에서 얼지만, 불순물이 포함된 물은 그보다 더 낮은 온도로 떨어져야 언다. 더러워진 강물이나 바닷물이 잘 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쌍살벌과 말벌은 나무속에 굴을 파고 방을 만들어 그 속에서 겨울은 난다. 모두 가을에 이미 짝짓기를 마친 여왕벌들이다. 수컷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전부 죽지만, 여왕벌은 살아남아 다음 해에 다시 새로운 벌 가족을 만들어 낸다. 나비 중에서 네발나비는 용감하게 양지바른 마른 풀밭에 숨어 어른 상태로 겨울을 지낸다. 그리고 가끔 날씨가 따뜻하게 풀린 날에는 깨어나 날아다니기도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