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오래전부터 산업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누에와 산업 곤충: 양잠 산업으로 중요하게 사용되는 곤충으로 누에가 있다. 누에는 자라면 무엇이 될까? 누에가 어른이 되는 과정과 다양한 산업에 사용되는 양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한다.
누에
가슴다리 세 쌍과 배다리 네 쌍을 갖고 꼬물대며 기어가는 누에는 아직 애벌레이다. 그러나 열심히 먹고 자라서 어른이 되면 누에나방이 된다. 나방은 애벌레와 어른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 완전 변태를 하기 때문이다. 완전 변태를 하는 곤충은 애벌레의 모습을 보고 어른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누에는 고치를 만드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스스로 실을 뽑아서 고치를 짓고 그 속에서 번데기가 된다. 누에를 기르는 양잠 산업이 발달한 나라는 중국이다. 기원전 700년부터 양잠 산업을 통해 고급 비단을 만들었다. 비단은 변변한 옷감이 없던 시절에 최고의 인기 있는 의복 재료가 되어 의복 혁명을 이루었다.
누에는 쉬지 않고 먹어 대는 먹보이다. 누에는 오로지 뽕잎만 좋아한다. 누에를 위해서 신선한 뽕잎을 계속 주어야 한다. 누에는 아주 작은 누에알부터 출발한다. 좁쌀보다도 작은 누에알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누에나방이 된다. 누에는 알- 애벌레-번데기-성충을 모두 거쳐야 어른이 된다. 누에가 누에나방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누에알은 서로 겹치지 않게 놓아야 부화가 잘 될 수 있다. 건조하면 부화가 잘 안 되므로 습도 조절을 잘해야 한다. 누에알도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꽉 막힌 사육통을 사용하면 안 된다. 알이 부화되어 실처럼 가느다란 작은 누에가 태어난다. 누에는 많은 뽕잎을 먹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더 이상 자랄 수 없도록 뚱뚱해진 누에는 허물 벗기를 해서 보다 더 큰 옷으로 갈아입는다. 허물 벗기는 보통 잠을 잔다고 말한다. 누에가 잠을 잘 때 건드리거나 충격을 주면 매우 위험하다. 다 자란 누에는 더 이상 뽕잎을 먹지 않고 적당한 장소를 찾아 고치를 만든다. 고개를 하늘로 치켜올리고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실을 뽑아서 고치를 만든다. 2~3일 정도 계속 실을 뽑으면 누에고치가 완성된다. 누에고치 속에 몸을 가두고 번데기로 변한다. 번데기가 된 후 2~3주가 흐르면 구멍을 뚫고 누에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누에나방이 나온다.
다양한 산업에 이용되는 양잠
1970년대 한국은 세계 3위의 양잠 국가였다. 양잠 산업이 발달하다 보니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고 남은 번데기가 넘쳐났다. 주름이 가득한 번데기는 영양가가 매우 높아서 간식으로 사랑받았다. 양잠 산업은 화학 섬유가 등장하면서 위축되었다. 비단보다 좋은 옷감이 많이 생기면서 양잠업은 점점 사라지는 산업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다시 양잠 산업이 인기를 끌면서 미래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물질이 누에로부터 발견되었다. 누에는 기능성 식품, 의약품, 의료용 신체 조직, 화장품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누에 분말을 이용해서 고혈당을 막는 항당뇨 식품도 나왔다. 누에똥에 들어 있는 클로로포피린은 항암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건조 누에로는 누에환, 누에 엑기스, 동충하초 등을 만들어서 건강 기능 식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화장품 개발에도 누에고치가 사용된다. 세시린, 피브로인 같은 기능성 성분은 좋은 화장품을 만드는 데 유용하다. 누에의 단백질이 첨가된 비누, 염모제, 치약도 나왔다.
최근에는 누에고치로 인공 고막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소리다 너무 크게 들리거나 현기증을 자주 느끼는 사람 중에는 고막에 구멍이 생긴 경우가 많다. 그러면 귀 옆의 근막을 떼어 내고 고막을 붙이는 수술을 해야 한다. 이때 누에고치로 만든 실크 인공 고막용 소재가 사용된다. 실크 인공 고막용 소재는 투명하고 유연하며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서 매우 좋은 소재가 된다. 앞으로는 인공 판막, 각막, 인조 혈관 등의 다른 생체막 개발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은 손상된 무릎과 인대, 인공 뼈조직, 조직이 질긴 의류 생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양잠을 통한 생산물이 늘어나면 뽕나무를 통해 얻는 오디와 오디즙, 오디잼, 뽕잎 차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뽕나무를 이용한 연구 산업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앞으로 누에 품종 개발, 누에 씨 생산, 애누에 공동 사육, 뽕나무 묘목 생산, 누에 동충하초 보급, 누에병 검사 등의 연구를 통해 차세대 양잠 산업이 발전할 거라 기대하고 있다. 전문 관련 기술자를 양성하고 양잠 산업을 최첨단 산업과 연결시키는 연구 활동을 통해 양잠 산업 단지가 조성되면 비단보다 더 유용한 생산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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