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에 가면 동물들의 거대한 뼈를 관찰할 수 있고 새우나 게의 몸을 싸고 있는 외골격의 표본도 볼 수 있다. 동물의 뼈를 연구하고,그것을 모방하여 건축자재 등을 만들어 내는 생체모방과학에 대해 알아보자.
동물의 뼈
식사 때 우리는 소나 돼지, 닭, 생선 등의 뼈에서 살을 잘 발라 먹는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뼈 조각이 왜 각기 모양이 다른고 구조가 특이한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골격은 몸이 일정한 형태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뼈는 건축물의 기둥과 골조이며, 다리의 교각과 같은 역할을 한다. 뼈는 근육과 결합해 있다. 뼈와 뼈가 이어지는 고관절부는 이웃 뼈와 교묘하게 협력하여 잘 움직이도록 한다. 인체도 그렇지만 모든 동물의 각 뼈는 제각기 기묘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인체를 이루는 뼈를 제외하고는 그 형태가 같은 것이 없다. 그리고 건축자재처럼 네모지거나 원형이거나 직선 구조를 가진 뼈도 찾아볼 수 없다. 뼈는 가벼우면서 튼튼해야 한다. 외부의 누르는 힘에 잘 견뎌야 하고, 쉽게 깨지거자 부러지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뼈는 적절한 탄성도 가져야 한다. 동물 뼈의 주성분은 인과 칼슘에 소량의 철분이 결합된 수산화인회석이라는 물질이다. 수산화인회석은 다시 '교원질'이라는 머리카락 같은 섬유질 사이에 끼어들어 다발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뼈는 무기물과 유기물이 결합해 있다.
뼈에 못지않게 단단한 것에 조개껍데기, 이빨, 바다의 산호 따위가 있다. 이들도 단백질과 무기물이 결합하여 견고한 성질을 나타낸다. 곤충들은 뼈가 없는 대신 단단한 껍질로 몸을 싸고 있다. 이 외골격을 '키틴'이라는 물질과 단백질이 결합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키틴은 나무의 섬유소와 비슷하게 가느다란 섬유가 길게 이어져 있으며, 이런 키틴 섬유에 단백질이 결합하여 가벼우면서 튼튼하고 탄성이 좋은 외골격이 된 것이다.
동물의 뼈의 구조를 모방한 건축자재
과학자들은 동물들의 뼈가 왜 가벼우면서 탄성이 좋고 잘 깨지지 않는지 연구해 왔다. 위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과학자들은 동물의 뼈의 구조를 모방하여 강화 플라스틱이라 부르는 것을 개발했다. 요트의 선체를 비롯하여 헬멧, 낚싯대 등을 만드는 강화 플라스틱은 가느다란 유리섬유에 플라스틱을 입힌 것으로, 뼈의 교원질 섬유 사이에 수산화인석을 채운 것과 그 원리가 같다. 건물을 지을 때는 철근(섬유)에 콘크리트(단백질)를 혼합하여 강화된 콘크리트를 만들고 있다. 자동차 타이어를 제조할 때도 비슷한 방법을 응용하여, 고무에 탄소 입자를 섞음으로써 뼈처럼 단단하면서 내구성이 좋도록 만든다. 과학자들은 뼈가 단단한 이유를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하고 있다. 만일 이에 대한 지식이 늘어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각종 건축자재들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생체모방과학
거대한 공룡의 척추 뼈를 보면 H자 모양이다. 이러한 형태는 공학적으로 아주 튼튼한 구조이다. 기차선로라든가 빌딩 건축에 사용하는 철제 기둥을 모두 H자 모양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그것을 본뜬 것이기도 하다. 무거운 상품을 포장하는 종이상자의 재료인 골판지는 양쪽 벽 사이에 주름진 종이를 넣어 만든다. 이러한 주름은 딱정벌레의 몸을 감싼 단단한 날개집에서 볼 수 있다. 자동차의 타이어를 보면 바닥에 홈이 길게 패어 있다. 이 홈이 하는 역할은 아스팔트 위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의 손가락 피부를 덮고 있는 지문이 하는 역할과 같다. 즉 지문이 없다면 손은 매끄러운 물체를 잘 붙잡지 못한다.
대나무는 줄기가 가느다랗고 길지만 강풍이 불어도 잘 부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대나무 낚싯대는 가볍지만 큰 고기를 잡아도 쉽게 부러지는 일이 없다. 대나무 줄기는 속이 빈 것이 특징이다. 벼나 강아지풀의 줄기도 속이 비어 있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이들의 줄기는 약한 바람에 쉽게 꺾어지고 말 것이다. 건축 공사에 쓰는 쇠 파이프라든가 철봉대의 쇠 파이프는 대나무의 줄기처럼 속이 비어 있다. 그 이유는 속이 꽉 찬 파이프보다 빈 것이 잘 휘어지지 않고 강한 성질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쇠 파이프의 속을 비게 만들어 사용하게 된 것은, 알고 보면 연약한 풀줄기에서 배운 지혜이다. 대나무 줄기의 자랑은 그뿐이 아니다. 대나무에는 도중에 마디가 있다. 이 마디는 속이 빈 파이프의 강도를 더욱 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대나무는 가벼우면서 강하기 때문에 건물을 지을 때, 작업자들이 오르내리는 발판으로 사용하기 편리하다. 쇠파이프가 귀하고 비싸던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건축물 발판으로 대나무를 주로 사용했다. 대나무가 많이 나는 열대 지방에서는 지금도 대나무 발판을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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