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5가지 감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이 그것이다. 동물에게는 인간이 모르는 제6의 감각이 있는데 바로 제6감인 동물의 방향 탐지 기술이다. 인간과 동물의 내비게이션, 특히 땅의 자력을 탐지하는 비둘기와 별자리를 보고 이동하는 철새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인간의 내비게이션
만일 우리가 눈을 가리고 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린 뒤 어딘가에 왔다면,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지 알 수 있을까? 산과 하늘과 태양의 위치를 보고 되돌아가야 할 길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있을까? 아마 알 수 없을 것이다. 먼바다를 항해하는 선원이나 비행기 조종사들은 바다와 하늘만 보이는 곳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도록 늘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선박의 항해사는 나침반과 항해 지도를 가지고 끊임없이 자기가 현재 가고 있는 위치를 확인한다. 항해한 시간을 재며, 관측 장치로 진행 방향을 확인한다. 또한 태양의 각도를 재고, 밤이면 북극성의 위치와 각도를 확인하면서 이를 계산기와 자로 정확이 계산하여 지도상에 행로를 그리면서 간다. 이것만으로도 부정확하여 오늘날에는 위치를 알려주는 인공위성과 교신하고, 컴퓨터를 써서 정밀하게 항로를 찾는다. 그러면서도 등대 불빛을 찾고, 심한 안개가 끼어 시야를 가리면 운행을 멈추고 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그대로 떠 있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인공위성에서 현재의 위치를 알려주는 시스템이 개발되어 이를 잘 이용하고 있다. GPS 또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라 부르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정보 시스템은 몇 미터 오차로 자기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러한 GPS는 선박과 비행기, 자동차의 길 안내자가 되었으며, 낯선 길을 걷는 시각 장애인에게 목적지의 방향과 거리를 잘 알려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경찰서는 시내를 달리는 순찰차와 앰뷸런스가 어디에 있는지 늘 파악하여, 사건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차가 어느 차인지 즉시 알고 그 차에 명령을 보내기도 한다.
동물의 내비게이션
동물 중에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없이도 맨 몸으로 수 천리 떨어진 자기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도 누구의 도움을 받거나 특별한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찾아간다는 것이다. 비둘기나 철새를 비롯한 많은 새들은 어떤 항해 장비도 없이 제 갈 길을 잘 날아간다. 땅 위에 기어 다니는 개미도 무거운 먹이를 물고 먼 길을 걸어 제집을 찾아간다. 또 꿀벌들은 자기 벌통으로부터 수십 리나 떨어진 곳에서도 자기 여왕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온다. 이렇게 보잘것없는 동물들이 어떻게 방향 감각을 가지고 길을 찾아가는지에 대한 의문은 수천 년 전부터 가졌던 큰 수수께끼의 하나였다.
북아메이카의 북극 가까운 곳에 사는 검은솔새라는 작은 새는, 가을이 오면 남아메리카 대륙까지 약 4,000km나 되는 거리를 나흘 걸려 비행한다. 이런 대이동을 하고 나면 솔새의 몸무게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철새는 수백 종이 있다. 그러한 새들이 어떤 방법으로 그토록 먼 목적지를 정확히 찾아가고 또 돌아올 수 있는지, 또 그들은 이동해야 할 계절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모두가 궁금한 일이다. 철새들이 이동할 때 가야 할 방향과 멈추어야 할 위치를 아는 것은 새들에게 지구의 자력장을 느끼는 특별한 감각기관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처음으로 한 사람은 1840년대의 러시아 과학자 알렉산더 미덴도르프였다. 그 뒤부터 '자력장 탐지설'은 과학자들 사이에 끊임없이 논쟁 거리가 되어 왔다.
땅의 자력을 탐지하는 비둘기
지구가 거대한 자석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나침반을 들고 지구상 어디를 가더라도 바늘은 남북 방향을 향해 선다. 이것은 지구 전체에 자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런데 지구 표면에 작용하는 자력은 장소에 따라 차이가 있다. 독일의 과학자인 구스타프 크래머는 50년 전쯤에, 새들은 자려뿐만 아니라 태양의 위치를 보고서도 자기 집의 방향을 아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칼 프리쉬는 꿀벌이 자기의 벌통을 찾아올 때, 태양의 위치를 파악하여 방향을 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이 연구로 그는 영광스러운 노벨상을 수상했다. 새와 꿀벌 등의 제6감각에 대한 사실이 조금씩 알려지자 과학자들은 그에 대해 깊이 연구하게 되었고, 그 결과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비둘기는 자기가 날고 있는 공중의 높이가 어는 정도인지 4mm 오차로 정밀하게 판단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사람이 보지 못하는 자외선을 감각할 수 있고, 인간이 듣지 못하는 아주 낮은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별자리를 보고 이동하는 철새
1970년대에 미국 코널 대학의 엠린은 "철새는 태양을 보고 위치를 판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밤에는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어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사실 많은 철새들은 밤에 장거리 비행을 한다. 달 밝은 방의 기러기 이야기는 이 사실은 말해주기도 한다. 철새가 남쪽으로 이동할 계절이 되었을 때, 엠린 박사는 솔새를 플라네타리움(인공적으로 별자리를 만들어 보이는 과학관 등에 있는 별자리 투영기) 속에 두고, 그들이 어느 쪽으로 날아가려고 하는 관찰 했다. 그는 천정에 비치는 별자리의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어 보았다. 그때마다 새는 남쪽 별자리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가려고 했다. 이 실험에서 새들은 지구 자력선의 방향과 관계없이 플라네타리움의 천정에 보이는 별자리에 따라, 즉 남쪽 별자리를 왼쪽으로 돌려놓으면 새들은 왼쪽으로만 날려고 했던 것이다. 계절이 바뀌면 그때는 다시 북쪽 별자리 쪽으로 날려고 했다. 더 자세히 조사한 결과 새들은 북극성을 기준으로 자기가 날아갈 방향을 정하고 있었다.
동물들이 이렇게 제 집을 찾아오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귀소 본능'이라 말한다. 과학자들은 귀소 본능에 숨겨진 비밀이 찾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 동물들이 자기의 보금자리를 정확히 찾아가는 능력에 대한 신비를 밝혀낼 수 있다면, 그 원리를 이용하여 새로운 자동 항법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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