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먹어야 한다. 곤충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무엇일까? 숲에 있는 식물은 곤충에게 꼭 필요한 먹이 자원이다. 특히 봄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순은 많은 곤충들이 좋아하는 먹이이다. 먹이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잎, 꽃이나 열매와 씨 그리고 육식을 하는 곤충들도 있다.
잎
잎을 먹는 곤충에는 나방과 나비 애벌레들이 있다. 나비의 입은 빨대처럼 생겨서 물처럼 된 먹이만 빨아먹을 수 있다. 그런데 나비의 애벌레들은 턱이 발달하려 왕성한 식욕으로 잎을 먹어 치운다. 또 곤충 중에 특히 잎을 잘 먹어서 잎벌, 잎벌레라고 부르는 곤충도 있다. 곤충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잎을 먹지는 않는다. 곤충마다 다른데, 보통은 메뚜기처럼 잎의 가장자리부터 갉아먹는다. 그런데 어떤 곤충은 가장자리보다 부드러운 안쪽 부분을 좋아해서 잎에 구멍을 뻥뻥 뚫어 가면서 먹기도 한다. 대개 질긴 잎맥은 먹지 않고 남겨 두기 때문에 낙엽이 질 무렵이면 앙상하게 그물맥만 남은 잎사귀를 볼 수 있다. 바로 곤충이 맛있는 부분만 골라 먹은 흔적이다. 또 가시잎벌레 같은 곤충은 기어 다니면서 잎의 표면만 살짝 벗겨 먹고, 큰이 십팔점박이무당벌레의 애벌레는 잎의 아랫면을 잘 갉아먹는다. 굴파리와 굴나방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잎사귀에 굴을 파고 다닌다. 그 얇은 잎사귀에 어떻게 굴을 파는지 놀랍다. 이 애벌레들은 몸이 아주 납작한 데다가 크기도 작아 가능하다. 잎의 앞뒷면 사이의 아주 얇은 공간에 들어가 맛있는 잎의 속살만 파먹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사는 잎사귀에는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한 특이한 무늬가 생긴다. 실제로 이런 흔적이 남은 잎을 보게 되면 그 솜씨에 정말 놀라게 된다. 또 잎말이나방이라는 종류도 있다. 이 나방은 그 이름처럼 실을 내어 잎사귀를 둘둘 말고 그 안에서 안전하게 잎을 갉아먹는다. 보통 곤충들은 먹는 식물의 종류가 따로 정해져 있어서 한 가지 식물이나 그것과 같은 과에 속한 식물만 먹는다. 배추흰나비처럼 배추를 먹는 곤충은 배추와 비슷한 식물인 양배추, 무, 냉이 등을 먹는다. 반대로 식물이라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종류를 다 갉아먹는 곤충도 있다. 유명한 해충인 미국흰불나방이나 매미나방 같은 곤충은 부드러운 활엽수 잎뿐만 아니라, 송진이 나오는 침엽수나 고사리 같은 양치식물잎도 갉아먹는다. 못 먹는 식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곤충의 수가 많아지면 숲이나 식물은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식물을 먹는 곤충 중에서 노린재나 진딧물, 매미 같은 종류는 씹는 입이 아니라 빨아먹는 입이기 때문에 식물을 먹더라도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식물의 안쪽 줄기를 타고 흐르는 진한 영양분만 가로채기 때문에 이런 곤충들이 무리 지어 발생하면 어린싹이 말라죽기도 한다. 이들은 액체를 먹기 때문에 배설물도 액체로 된 것만 배출한다.
꽃, 열매와 씨
잎뿐만 아니라 꽃도 곤충들이 좋아하는 먹이이다. 꽃은 그냥 잎사귀보다도 꿀과 꽃가루가 있어서 더 고급 음식이다. 여치나 베짱이 종류가 특히 꽃을 좋아한다. 딱정벌레의 한 종류인 꽃무지는 워낙 꽃을 좋아해서 이름마저 꽃에 묻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하늘소 애벌레나 유리나방 같은 곤충의 애벌레는 식물의 물과 영양분이 지나가는 통로인 줄기 속을 좋아하고 땅강아지나 방아벌레, 풍뎅이, 꽃등에의 애벌레는 특히 식물의 잔뿌리를 좋아한다. 곤충마다 식성도 달라서 좋아하는 부분이 따로 있다. 꽃이 지고 열매가 생기면 그런 열매와 씨를 먹는 곤충도 있다. 팥바구미는 꼬투리 안에 들어 있는 팥이나 콩을 좋아하고, 도토리거위벌레라던가 밤바구미 등은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와 상수리, 밤을 좋아한다. 이름만 들어도 벌써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가 과일을 먹다 보면 가끔씩 속에서 벌레가 나오는 일이 있는데 , 벌레들이 들어 있는 것은 그만큼 잘 익은 맛있는 열매라는 증거이다. 그러니까 너무 질색할 필요는 없다. 벌레 먹은 부분을 제외하고 먹는 것은 얼마든지 괜찮다.
육식
곤충이 모두 채식만 하는 것은 아니다. 육식성인 곤충도 많다. 이들 중에서 다른 곤충을 사냥해 직접 잡아먹는 종류도 있고, 몸속에 기생해서 서서히 잡아먹는 기생성 곤충도 있다. 사마귀와 길앞잡이 같은 곤충은 대표적인 육식성 곤충이다. 이들은 절대 풀은 먹지 않는다. 오로지 다른 곤충이나 죽은 동물의 몸을 뜯어먹고 사는데 그러기 위해서 날카롭고 큰 턱이 잘 발달해 있다. 그래서 잘못 만지면 사람도 물리는 경우가 있다. 물장군, 장구벌레, 물자라, 물방개 같은 곤충은 날카로운 큰 턱 대신 뾰족하게 생긴 빨아먹는 입을 가진 육식성 곤충이다. 그 밖에도 침노린재와 파리매 같은 곤충도 다른 곤충을 먹는다. 날카로운 바늘처럼 생긴 입을 다른 곤충의 몸에 꽂아 서서히 몸속 살을 분해해 소화된 액체를 빨아먹는다. 기생성 곤충 중에는 벌과 파리 종류가 많다. 특히 기생을 잘하는 파리를 기생파리하고 부른다. 다른 곤충의 몸에 슬쩍 알을 붙이고 도망가는데 거기서 부화한 애벌레, 즉 구더기는 서서히 숙주 곤충의 몸을 뚫고 들어가 몸속을 먹어 치우고 나중에 탈출하여 파리 번데기가 되었다가 마침내 파리로 변하다. 먹고 먹히는 곤충들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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