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지개를 켜다. 봄은 잠들어 있던 자연의 생명들이 다시 태어나는 계절이다. 겨우내 잠잠했던 만물들이 다시 살아나며 봄을 맞는다. 봄에는 갖가지 꽃이 피고, 신선한 풀잎이 여기저기서 많이 돋아나기 때문에 그곳에 모여드는 곤충도 많다. 꽃과 함께, 물가, 낙엽밑에서 봄에 만나는 곤충들이 알아보자.
봄에 만나는 곤충들
봄에는 어떤 곤충들을 만날 수 있을까? 햇볕이 따뜻하게 비추는 곳에는 겨울을 무사히 넘긴 곤충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몸 색깔이 낙엽과 잘 어울리는 뿔나비가 마른 산길가에 나와 일광욕을 한다. 해가 잘 비치는 쪽으로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다가 아침에 날개를 활짝 펼친다. 따스한 햇살은 나비의 차가운 몸을 데워 주기 때문에 이른 봄에는 이렇게 일광욕을 즐기는 나비를 자주 볼 수 있다. 네발나비도 낙엽 틈에 내려앉는다. 얼핏 보면 색깔 때문에 뿔나비와 비슷해 보이지만, 뿔나비는 이름처럼 머리 쪽에 삐죽 솟은 뿔 모양의 돌기가 있고, 네발나비는 날개 아랫면에 은빛의 C자 모양 무늬가 있다. 옛날 속담 중에 봄에 처음 본 나비가 흰색이면 그 해에 재수가 없고, 노란색이면 재수가 좋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흰색은 집안에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 입는 소복 색깔이고, 반대로 노란색은 황금이나 동전의 노란 빛깔이 떠오르기 때문에 그런 말이 생긴 것 같다. 흰나비과에 속하는 갈고리나비는 번데기로 겨울을 지낸 뒤 봄에 맞춰 깨어나 날아다닌다. 날개 끝이 갈고리처럼 굽어서 이런 이름이 생겼다. 날개를 접고 앉으면 새싹이 많이 돋아나는 봄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꽃과 함께
봄이 되어 하늘하늘 아지랑이가 올라오고 햇살의 훈훈한 기운이 땅속으로 퍼지면 잠자고 있던 풀이며 새싹들이 여기저기서 파릇하게 돋아난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제비꽃, 양지꽃 같은 봄의 꽃들도 겨울을 벗고 한꺼번에 피어난다. 이때에는 꽃 속을 유심히 살펴보면 거기에 숨어 있는 갖가지 곤충을 찾을 수 있다. 홍날개는 봄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딱정벌레이다. 크기가 작지만 잘 날아다니고 이름 그대로 몸통의 날개가 붉은색이다. 홍날개는 특히 노란색 개나리꽃에 잘 모이는데, 꽃가루를 열심히 핥아먹는 동안 등딱지에 꽃가루를 묻히고 또 다른 꽃으로 날아가면 저절로 꽃에게 가루받이를 해 주게 된다. 먹이를 얻어먹는 대신에 꽃의 번식을 도와준다. 겨울을 무사히 난 무당벌레도 산수유 꽃을 찾아 꿀과 꽃가루를 얻어먹으며 겨우내 굶주렸던 배를 채운다. 나무줄기를 타고 이 꽃 저 꽃 오가던 무당벌레들은 곧 노란색의 알을 무더기로 낳는다. 벌새처럼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는 곤충은 재니등에이다. 공중에서 날갯짓을 하며 꽃에 꽂아 꿀을 빠는 모습이 벌새와 비슷하다. 그렇지만 사실 이 곤충은 봄철 꽃밭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파리의 한 종류이다. 몸에 털이 많아 초봄의 꽃샘추위에도 잘 견딘다. 꽃을 좋아해 서 이름도 꽃벼룩인 곤충도 있다. 꽃벼룩은 작은 딱정벌레 종류인데, 놀라면 마치 벼룩처럼 툭 튀어 사라졌다가 어느새 다시 꽃에 내려앉는다. 꽃에 묻어 있다는 뜻을 가진 꽃무지도 봄에 나타난다. 꽃에 머리를 처박고 정신없이 꽃가루를 먹는 모습이 정말 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꽃무지의 한 종류인 호랑꽃무지는 몸통에 호랑이처럼 얼룩 줄무늬가 있다. 그래서 얼핏 보면 꿀벌처럼 보인다. 붕붕거리며 옮겨 다니는 모습도 벌을 닮았는데, 쏘지도 못하면서 벌을 흉내 내서 안전을 꾀한다. 한편, 분홍색 진달래꽃이 핀 곳에 가 보면 쇳빛부전나비를 만날 수 있다. 이 나비는 날개의 아랫면이 마치 쇠에 녹이 슨 것처럼 짙은 쇳빛이다. 반대로 날개 윗면은 마치 붓으로 묻혀 놓은 듯한 파란색을 띠고 있어서 날개를 움직이면 아주 아름답다. 쇳빛부전나비는 진달래꽃에서 꿀을 빨고 멀리 떠나지 않을뿐더러 이 나비의 애벌레 역시 진달래를 먹고 살아간다. 애호랑나비도 진달래가 많은 곳에 자주 나타나다. 이른 봄에만 잠깐 볼 수 있는 나비로 이른봄애호랑나비라고 도 불렀다. 그 밖에도 봄처녀나비, 봄처녀하루살이처럼 봄에 대표적인 곤충들한테는 이름에도 봄이란 글자를 붙인다.
물가
이번에는 봄처녀하루살이가 날아다니는 물가로 나가 보자. 얼음이 녹은 시냇가에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면 버드나뭇가지 끝에 버들강아지가 피어난다. 버들강아지의 노란색 꽃술이 터지면서 조그만 애꽃벌들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찾아온 작은 실잠자리들도 날아다닌다. 이들은 겨울을 지나 한 해를 묵는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묵은실잠자리이다. 눈이 쌓인 마른 풀밭에서 꿋꿋이 겨울을 이겨 낸 이 작은 잠자리는 곧 물가에서 자기 짝을 찾아 짝짓기를 한다. 얼음이 풀리면 잠자리의 애벌레가 먹이로 삼는 작은 물속 벌레들도 많아진다. 이와 비슷한 가는실잠자리도 겨울을 나는 잠자리인데, 이들은 봄이 되면서 몸 색깔이 아름다운 청색으로 바뀐다. 고추잠자리가 가을에 빨갛게 되는 것처럼 실잠자리 종류는 봄에 파랗게 변해서 결혼할 때가 된 것을 알려 준다.
낙엽 밑
지난가을 낙엽 밑에 징그럽게 떼 지어 있던 털투성이 애벌레들도 봄이 되면 어른 파리가 되어 날아다니다. 그래서 이름도 털이 많아 털파리라고 한다. 이 곤충은 무더기로 나타났다가 봄이 지나면 또 어느 순간 사라진다. 풀 위에는 짝짓기에 열중하는 노린재들이 보이고 땅바닥에는 알에서 갓 깨어난 메뚜기 애벌레들이 무리지에 뛰어다닌다. 먹을 풀이 돋아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곤충도 태어나는 것이다. 지난겨울 쓸쓸히 나무속에서 혼자 지냈던 쌍살벌의 여왕벌도 기어 나와 작은 벌집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벌집은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여왕벌이 낳은 알로 인해 식구가 점점 늘어 커져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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