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도구나 기계도 사람의 손처럼 훌륭하게 만들어진 것은 없다. 손은 이 세상에서 쓰는 모든 도구와 기계 장치를 만들어냈고, 인류 문명을 창조해 낸 주인공이다. 로봇공학자들이 가진 최대의 꿈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손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손을 만드는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인간의 손과 로봇 손, 로봇 손의 피드백 기능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인간의 손
인간의 손이 얼마나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자. 헬렌 켈러는 상대방의 얼굴을 손으로 만져보면 누구인지 알고, 상대가 말할 때 그 입술에 손가락을 대면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또한 헬렌 켈러는 라디오 스피커에 손을 대어 어떤 음악이 연주되고 있는지, 또한 바이올린 연주인지 첼로 연주인지 구별했다고 한다. 이것은 인간의 손이 얼마나 훌륭한 감각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인간의 조상은 창과 몽둥이 등으로 사냥을 했고, 잡은 짐승은 돌도끼나 돌칼로 손질을 했다. 그러는 동안에 손은 무엇을 쥐고, 던지고, 비틀고, 다듬고 하는 힘과 솜씨를 발달시키게 되었다. 성인 남자의 경우 손으로 쥐는 힘은 40~50kg이다. 성인 남자는 여자에 비해 2배 가까운 악력을 가졌지만, 여자는 남자보다 손놀림이 섬세한 편이다. 사람의 악력이 얼마나 큰 가는 갓난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갓 태어난 아기지만 작은 손으로 의사의 손가락을 잡고 오래도록 매달려 있을 수 있다.
사람 손은 많은 자랑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비스러운 것 하나는 아무리 오래도록 힘들게 일을 해도 손은 좀처럼 피로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령 지쳤다 하더라도 잠시만 쉬면 원상태로 회복된다. 그리고 손은 훈련에 따라 기적 같은 능력을 발휘한다. 일급 타자수는 1분에 600번 이상 손가락을 움직여 자판을 두드릴 수 있다.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가 빠른 곡을 연주하는 것을 보면 도저히 믿어지지 않도록 손가락을 움직인다. 손은 대단히 정교한 솜씨를 가지고 있다. 화가나 조각가, 공예가의 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뇌수술을 하는 외과의사도 그에 못지않은 손놀림을 구사한다. 맹인은 손가락 끝으로 점자를 빠르게 읽고, 또 농아인들은 손으로 수화로 상대와 어떤 표현도 다 나누고 있다. 심지어 시와 노래를 표현하기도 한다.
인간의 손이 다른 동물의 손과 가장 큰 차이는 엄지손가락이 다른 4개의 손가락과 마주 보고 있어 물건을 잘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런 손으로 온갖 동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만일 우리에게 엄지가 없다면 텔레비전 스위치 하나도 제대로 돌릴 수 없게 된다. 사람처럼 엄지를 잘 움직일 수 있는 동물은 없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는 "인간의 진화는 손의 진화였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의 손이 가진 또 하나의 자랑은 손바닥이 주름 가득 부드러운 피부고 싸여 있고, 손바닥에 늘 알맞은 양의 땀이 분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손바닥 땀은 마찰을 좋게 하여 물건을 미끄러짐 없이 단단히 잡도록 해준다. 신비하게도 잠자는 동안에는 손바닥에 땀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로봇 손
사람 손과 달이 금속으로 만든 로봇 손은 강약을 조절하면서 물건을 쥐기도 어렵고, 물건의 형태에 따라 손바닥 자세를 변형해 가면서 잘 잡을 수도 없다. 공장에서 일하는 로봇 팔 중에는 사람 손처럼 움직이는 로봇이 있다. 이 로봇 팔은 사람의 팔처럼 상하, 좌우, 앞뒤, 회전을 자유로 할 수 있도록 6개의 관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로봇 팔은 '자유도 6'이라고 표현한다. 사람의 손을 보면, 손가락 하나하나에 3개씩 마디가 있고, 그 손가락은 제각기 좌우로 움직일 수 있어 '자유도 4'이다. 단 엄지손가락은 마디가 둘이지만 상하 운동과 회전 동작을 할 수 있어, 이 역시 '자유도 4'이다. 그러므로 다섯 손가락의 자유도는 모두 20이 된다. 사람 손이 아주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많은 자유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손과 같이 자유도 20을 가진 로봇 손을 만들기란 마이크로 칩의 발달 덕분에 이제는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정교하게 움직이도록 조정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오늘날 공장에서 쓰는 로봇 손은 2개나 3개의 손가락으로 간단한 동작만 하도록 만들고 있다.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는 T-3 로봇 팔에 페인트를 뿌리는 노즐 손을 달아 차체에 칠을 하고, 전기용접 손으로는 불꽃을 튀기며 철판과 철판을 단단히 연결하도록 한다.
로봇 손의 피드백 기능
이런 로봇 손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일의 하나는 로봇 손에 피드백 기능을 넣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길을 가다가 갑자기 구덩이를 만난다거나 하면 자신이 의식하기도 전에 두 발이 우뚝 멈추거나, 그것을 훌쩍 뛰어 건너간다. 또 종이컵을 손에 쥐고 물을 받을 경우, 컵을 너무 강하게 쥐면 컵이 찌그러질 것이고, 반대로 약하게 잡으면 컵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손의 감각과 뇌신경은 무의식 상태에서 연속적으로 적절하게 작용하여 적당한 힘으로 컵을 드는 동시에, 물을 쏟지 않도록 컵을 수평으로 유지한다. 피드백이란 바로 이런 자동적인 손동작처럼, 감각기관에 의해 이뤄지는 자동 조절 기능을 말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의 운동 기능은 모두가 자동조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날의 로봇 손은 상당히 발전하고 있다. 부드러운 고무 피부 아래에 정밀한 각종 전자감지장치를 깔아 신경을 대신하도록 한다. 피드백 기능도 마이크로 칩의 발달과 함께 발전해 가고 있다. 정밀한 수술 솜씨가 필요한 외과 의사들은 인간의 손보다 더 훌륭한 로봇 손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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