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푸른 하늘을 가장 많이 날아다닌 곤충은 바로 잠자리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잠자리는 언제부터 하늘을 날아다녔을까? 어떻게 최고의 비행사가 되었을까? 또 잠자리의 놀라운 날개 근육과 잠자리의 눈에 대해서 살펴보고 미래의 소중한 자원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지금의 잠자리
지금 날아다니는 잠자리는 최초의 공룡이 출현했던 2억 3000만 년 전 중생대 삼첩기에 다시 출현한 잠자리이다. 중생대의 잠자리는 거대 잠자리와 모습은 닮았지만 크기는 많이 작아졌다. 그 후 공룡 새대인 쥐라기가 되자 지금의 잠자리와 실잠자리로 더욱 진화되어 갔다.
특히 왕잠자리의 겹눈은 약 2만 8000개의 낱눈이 모여서 이루어져 있다. 낱눈마다 사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잠자리의 시각은 매우 예민하다. 약간의 변화도 금방 눈치채기 때문에 재빠르게 도망을 친다. 그래서 눈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날개 끝이나 꼬리 쪽을 공략하는 것이 가장 좋다. 때로는 잠자리 눈앞에다가 손가락을 대고 빙빙 돌리면 잡을 수 있다. 방빙 돌리는 모습을 잠자리의 수많은 낱눈이 따라가다 보면 잠시 눈앞이 안 보이게 된다.
벼가 누렇게 익어 가고 빨갛게 물드는 가을이 되면 잠자리 세상이 된다. 그러나 잠자리가 하늘을 날면 땅 아래의 곤충들은 벌벌 떨며 난리법석을 피운다. 왜 잠자리를 두려워하는 것일까? 잠자리가 곤충을 잡아먹고사는 포식성 곤충이기 때문이다. 뭐든지 씹어 먹을 수 있는 튼튼한 이빨을 가진 잠자리는 먹잇감을 발견하면 독수리처럼 무서운 사냥꾼이 된다.
고생대에 태어난 잠자리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생존 경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잠자리는 놀라운 비행 솜씨로 천적들은 쉽게 따돌릴 수 있었다. 먹이도 풍부하고 먹이 사냥도 잘하기 때문에 특별히 먹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물속에 사는 잠자리 애벌레들도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줄 알았다. 이처럼 뛰어난 적응력으로 생존 경쟁에서 승리한 잠자리는 지금도 푸른 하늘 위를 날아다니고 있다.
최고의 비행사
높은 하늘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잠자리는 최고의 비행사이다. 잠자리는 날아다니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 1917년 틸리야드(Tillyard) 라는 사람이 호주에서 잠자리의 비행 속도를 측정한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약 시속 58km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아무런 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자동차 속도로 날아간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잠자리가 최고 속도로 비행할 때 지구 중력의 25배에 해당하는 힘을 받는다. 전투기 조종사가 최고로 견디는 힘이 중력의 9배인 것과 비교하면 잠자리가 견디는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잠자리는 어떻게 거대한 중력을 거뜬히 이겨 낼 수 있는 것일까? 그 놀라운 힘은 잠자리의 몸속을 보면 알 수 있다. 잠자리는 몸속의 중요 기관이 액체로 둘러싸여 있어서 갑작스러운 중력 변화에도 내부 기관을 잘 보호할 수 있다. 전투기 조정사들이 입는 압력복과 같은 원리이다. 그러나 압력복보다 잠자리의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나다. 잠자리의 놀라운 구조를 지켜보던 독일의 한 회사에서는 전투기 조정사들을 위한 새로운 비행복을 개발했다. 잠자리의 구조를 연구해서 만든 조종복이다. 잠자리처럼 비행복 내부에 별도의 액체층을 만들어서 중력 환경 변화에 잘 견딜 수 있게 만들었다.
잠자리의 비행술을 쉽게 따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 그래서 비행기를 연구하는 항공 역학에서 잠자리는 가장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된다. 잠자리는 최고의 전투기들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선회 비행과 가속 비행도 할 수 있다. 공중에서 정지했다가 갑자기 시속 50km의 속도로 날아가기도 한다. 순간적으로 180도 회전도 하고 어디서든지 상하좌우로 방향 전환도 가능하다. 잠자리의 신비로운 비행 능력에 흠뻑 빠져든 전투기 제작자들은 지금도 계속 잠자리를 연구하고 있다.
공중 비행을 하던 잠자리는 먹잇감을 발견하자마자 재빨리 날아간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다리를 뻗어 먹잇감을 낚아채는 솜씨가 일품이다. 사냥의 성공 확률이 97%나 될 정도로 정확하다. 사람들은 잠자리의 신경 체계가 매우 예민하다는 걸 알아냈다. 그래서 정확하고 민감한 잠자리의 먹이 포획 체계를 잘 연구하면 비행체의 새로운 유도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차 있다. 새보다 훨씬 단순하지만 탁월한 비행 능력을 갖고 있는 잠자리는 항공 역학의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잠자리의 놀라운 날개 근육
잠자리는 놀라운 날개 근육을 자지고 있다. 1초에 25~30회 날갯짓하는 잠자리의 날개 근육은 몸무게의 30배를 견딜 수 있다. 특히 몸통과 날개가 연결된 부분은 레실린(resilin)이라는 고무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탄력성이 매우 뛰어나서 아무리 날갯짓을 해도 절대 지치지 않는다. 이집트의 잠자리에서 처음 발견된 레실린은 벼룩, 매미, 파리 등의 곤충에도 있다. 벼룩이 자신의 몸길이보다 수십 배 이상 뛰어오를 수 있는 건 모두 레실린 덕분이다. 2001년에 레실린을 합성하는 유전자가 과일파리에서 발견되었고 호주 크리스엘빈 박사팀은 탄력성이 뛰어난 인공 레실린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 레실린은 원래의 길이보다 3배 이상 늘어나도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개발된 인공 레실린은 인체 이식용 물질로 이용될 수 있을 거라고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동맥 내부의 엘라스틴이 손상되면 이를 대체하는 데 이용되고 척추 디스크와 다양한 관절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레실린 단백질을 합성하는 비용이 비싸고 인체에 사용할 때의 문제점도 많아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인공 레실린은 분명 앞으로 소중한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잠자리의 눈
잠자리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머리 전체를 감싸는 불룩 튀어나온 눈이다. 잠자리는 반원형 겹눈은 사냥할 때와 천적의 위험을 알아챌 때 매우 효과적이다. 몸에 비해서 워낙 크기 때문에 앞은 물로 양옆의 움직임과 뒤의 움직임까지도 알아챌 수 있다. 수많은 낱눈이 모여 만들어진 잠자리 눈은 날개만큼이나 많은 사람에게 관심거리가 되었다. 잠자리의 겹눈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미국 버클리 대학교의 교수팀은 잠자리 겹눈 두 개를 붙여서 360도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는 구형 렌즈를 개발했다.
잠자리의 능력과 구조는 과학자들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그리고 잠자리는 생체 모방 공학을 통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자원 곤충이 되었다. 지구상에서 다양성과 풍부함을 자랑하는 곤충은 잠재력이 무한한 자원 생물이다. 창공을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처럼 자연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에 관심을 가지면 우리의 무한한 꿈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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